23년 8월 1일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인 피치(Fitch)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2011년 처럼 출렁일 줄 알았던 시장이 생각보다 괜찮다. 이번 조치는 변동성이 큰 금융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하지만 금융 시장, 미국 국채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걱정한 것보다 심각하지 않다는 판단하는데 이유가 뭘까?
이번 게시글에서는 신용 등급 강등의 이유와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유에 대해 정리했다.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피치는 미국이 향후 몇 년간 재정건정성이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미국 정부의 빚이 이미 많은데 더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치는 미국부채가 국민총생산(GDP)보다 2022년 3.7% 많았는데 2023년엔 거의 2배인 6.3%까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피치는 미국의 부채 상황 능력이 국가 시스템의 퇴보로 나빠질 것이라거 했다. 이를 거버넌스의 퇴보라했다.
최근 정치권이 미국의 부채 상한선을 두고 대립자주 대립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채권 발행을 통해 돈을 빌려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막판까지 서로 싸우고 있다.
채무 한도를 늘리는 합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빚을 갚기로 약속한 날을 지키지 못해 정부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할 수 있다.
설마 미국에서 그런 일이 있을까 싶은데 이제 그 어떤 일도 안 일어난다고 보장할 수 없다. 민주주의 자유경제 시스템으로 강대국이 된 미국에서조차 이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충분한 근거에 의한 신용강등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의외로 평온한 반응이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영향
8월 2일 미국 주요 지수 전반에 걸쳐 소폭 하락했다. 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 다우존스 산업 평균 지수가 각각 1.4%, 2.17%, 1% 하락했다. 국채 가격도 하락했지만,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의 급격한 하락에 비하면 전반적인 시장 반응은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왜 그 영향이 훨씬 덜했을까?
미국 국채는 좀 특별하니까
AAA등급의 회사에서 발행한 채권이라면 그 회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급락하고 그 회사는 다음에 돈을 빌릴 때 더 높은 금리를 내야한다. 하지만 미국국채는 그와는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시나리오가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 국채는 글로벌 안전자산 중 하나이다. 미국은 글로벌 패권국이자 경제 대국이다. 미국국채의 안전은 그런 미국 정부의 전적인 믿음과 신용에 근거한다.
실제로 전 세계 많은 금융기관은 자산의 일정비율을 미국 국채로 갖고 있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자본이 더 안전한 투자처로 이동하는 이유로 국채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한국국채보다는 미국 국채가 더 안전자산인 것이다.
여전히 견고한 미국 경제
시장 안정의 또 다른 원인은 미국경제가 강건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도 낮아지고 있는데 경제성장률은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민간부문 고용도 증가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와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 등 금융계의 저명한 인사들은 피치의 결정에 의구심을 밝혔다 . 다이먼은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고, 서머스는 "기괴하고 무능하다"라고 비판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피치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며 미국 경제는 "근본적으로 강하다"라고 밝혔다.
미국의 장단기 국채수익률에 미치는 영향
국채 수익률은 투자자가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익이다. 일반적으로 단기 채권의 경우 1년 미만, 장기 채권의 경우 10년 이상이다. 이러한 수익률은 경제 상황 및 통화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유로 변동한다.
2022년 7월부터 23년 9월까지 미국 기준금리는 2.5%에서 5.5%까지 역사상 유례없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5.5%의 기준금리를 꼭짓점으로 판단, 곧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반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소비자 물가지수 때문에 한번 더 오르거나 높은 금리가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라 보는 의견도 세다.
국채수익률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는 금리인하기대감, 경제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기대,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정책 개입, 미국 국채의 글로벌 수요 등이 있다.
단기 국채 수익률은 연방기금 금리 변동에 더 민감하며 장기 수익률은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 기대치 및 인플레이션과 같은 요인에 더 영향을 받는다. 이번 신용 등급 강등은 2011년과 달리 장단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걱정할만큼 주요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경제의 상대적 안정성과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가 부정적 영향을 완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최근 피치의 미국 신용 강등은 다행스럽게도 2011년과는 달리 금융 시장의 혼란을 일으키진 않았다. 시장의 안정은 미국 경제가 견고하고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미국 부채 한도를 둘러싼 정치적 분열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강세와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중추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미국 경제와 신용등급이 앞으로 나아갈 길은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모든 사람에게 주목할 만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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